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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기록으로 남겨놔야 마음이 편해지고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 내가 바로 그런 메모광으로 아날로그 다이어리부터 직접 서식을 만들어서 써보기도 하고 여러 앱을 써보기도 했다. 그나마 오랫동안 잘 쓰던 에버노트가 업데이트를 할 수록 손이 안갈만큼 맛탱이가 가버렸고 나도 인터넷에 '에버노트 대체하기'를 검색하며 한동안 헤맸다. 결론적으로 정착한 것은 노션도 아니고 에버노트도 아니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최적은 있어도 최고는 없다는 것. 모든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앱은 없다. 용도에 맞춰 분산해야 하며 그걸 어떻게 까먹지 않을 정도로 나누고 관리하느냐가 관건인 듯하다. 그래서 사용했던 앱들의 장단점과 함께 적합한 용도를 한 번 소개해보려 한다.
나는 뭐든지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집착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기록들을 강제로 이동시킬 일들이 생기면서 그동안 쌓아둔 걸 정리하고 다시 보는데 내가 너무 많은 걸 쥐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에는 기록하는 순간 필요하지만 굳이 보관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도 있다. 스케줄이나 트래커같은 것들이 그렇다. 지나간 것들은 때론 지우고 비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야 정말 남겨야 하는 가치있는 기록들이 한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는 것과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 중 택해야 한다면 모든 걸 기록하겠지만 말이다. 기록을 오랜 습관으로 가져오면 배우는 것이 있는데 사람의 기억이란 정말 형체가 없고 약한 것이어서 조금만 지나도 휘발되어 버리고 가물가물해진다. 여러 도구들이 나와서 기록을 도와주고 있으니 앞으로도 꾸준히 흔적을 남기되 보내줄 건 보내주는 걸로!
1. 에버노트
강력한 웹 스크랩 기능과 검색기능으로 자료 아카이빙과 개인적인 기록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앱이다. 나 역시 일기부터 투두리스트, 아이디어기록, 자료스크랩 등 대부분을 에버노트에서 해결해왔다. 얼마나 대중적인 앱이었는지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강의와 책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일 뿐. 회사가 인수되고 나서부터 업데이트를 할수록 인기가 떨어졌다. 인터페이스가 불편한 건 참을 수 있지만 문제는 데이터가 많아져서인지 앱 자체가 무거워지고 자료가 날아가거나 동기화 에러가 생기는 등 메모광들에게는 두려움 그 자체인 치명적 에러가 발생하면서 사람들이 속속들이 떠나고 있다. 떠나지 않는 분들도 메인이 아닌 백업 및 서브용으로 두는 듯하다. 그럼에도 아직 에버노트만큼 웹스크랩을 잘 지원하는 앱이 없으니 자료 아카이빙을 많이 하시는 분들은 서브로 쓰기에 좋다.
2. 노션
어느 순간 등장해서 '일잘러들이 쓰는 앱'으로 이미지가 잡힌 노션. 나도 노션으로 포트폴리오 정리와 이력서를 썼고 회사에서도 유용하게 썼다. 하지만 노션은 업무용과 공유용 문서 작성에 좋지만 묘하게 개인적인 아카이빙과 생각기록으로는 손이 안간다. 그래서 여러번 지웠다 깔았다 반복하다가 지금은 깔끔하게 정리된 공유문서가 필요할 때 업무용으로만 쓰고 있다.
장점으로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디자인도 깔끔하고 예쁘게 꾸밀 수 있다. 특히 데이터베이스로 자료를 정리해서 기록을 통계화 하거나 템플릿을 만들어 쓸 수 있는 점이 좋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템플릿을 가져와 쓸 수도 있다.
하지만 노션이 작업용에 그치고 메모용이 될 수 없는 가장 큰 단점 두 가지가 있다. 첫째로 모바일에서 너무 불편하다. 노트 바로가기 위젯이 있지만 노트에 표나 데이터베이스가 있으면 화면이 잘리고 보기가 영 불편하다. 보기 뿐만 아니라 로딩 속도도 좀 걸려서 전반적으로 모바일에 최적화되어있지 않은 느낌이다. 언제든지 탁 켜서 기록했다가 나중에 정리하는 메모용도로는 별로다. 차라리 모바일은 라이트 버전으로 더 가볍게 보기, 이미지넣기 기능 정도만 넣어서 빠릿하게 만들었으면 어떨까 싶다. 모바일로 복잡한 기능을 쓰진 않으니.
둘째로 치명적인게 검색기능이 약하다. 이건 유저들 사이에서 아직도 말이 나오는 부분인데 분명 문서에 있는데 검색에서 누락되는 부분이 있다. 메모광들이 왜 바로 쓸 수 있는 종이와 펜 대신에 디지털기록을 하는지 아는가? 방대한 기록 사이에서 원하는 걸 검색해서 찾아보기 위함이다. 그런데 검색 누락을 한 번이라고 경험하고 나면 검색하고 나서도 혹시 다른데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지 찜찜함에 계속 남는다.
기록을 모아뒀다가 하루 일정한 시간에 PC로 정리한다면 노션을 추천하지만 가볍게 바로바로 쓸 수 있는 용도로는 비추다.
3. 업노트
에버노트를 떠난 사람들이 대체앱으로 많이 선택하고 있는 업노트는 과거 빠릿했던 에버노트라고 불리고 있다. 평생 이용권을 3만원에 구매해서 매달 돈 내는 일이 없는 것도 장점. 무료로도 사용가능한데 노트 제한이 있어서 맛보기로 쓰다가 구매해도 된다. 앱자체, 노트북 별로 잠금설정이 가능하고 컴퓨터 유저 분리처럼 스페이스를 분리해서 스페이스 잠금도 된다. 회사에서 메모앱 열 때 개인 메모까지 열려서 조금 민망했는데 이 기능이 아주 마음에 든다.
노션처럼 다양한 기능을 쓰진 못하지만 개인 기록용으로 좋고 단축키도 잘 되어 있다. 이미지 첨부와 로딩이 노션보다 훨씬 빠르고 편하다. 다만 유저가 많이 늘어나도 이렇게 서비스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에버노트의 안좋은 사례를 봤기 때문에 대부분 사용자들이 지금 너무 만족스러운데 혹여나 제2의 에버노트가 되어서 또 이사를 해야할까 봐 걱정을 하는 편이다.
4. 나의 메모 루틴
개인 일정, 업무일지, 트래커, 가계부, 식단일기, 스케줄러 등 다양한 용도를 하나의 앱으로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단 걸 알았다. 그렇다고 다 다른 곳에 기록하려면 너무 많은 앱이 필요하고 일일이 기록하기가 불편해진다. 그래서 나는 아래처럼 나눠서 쓰고 있다.
1) 스케줄은 네이버캘린더
반복일정과 리마인더 때문에 스케줄은 아날로그보다 디지털앱이 편하고 노트앱보다 전용앱으로 쓰는 게 좋았다. 구글캘린더가 여기저기 연동하기 좋지만 나는 가족 대소사에 있어서 음력이 필요해서 네이버 캘린더를 쓰고 있다.
2) 식단일기 식단기록앱
식단기록은 사진이 많이 첨부되고 통계를 내야 해서 전용앱을 따로 쓴다. 노션에서도 기능은 가능하지만 전용앱만큼 편하고 쉽게 사용하기가 어려워서 따로 쓰는 게 나았다. 밀리그램, 인아웃을 주로 쓰는데 둘 다 더 간편했으면 좋겠다.
3) 가계부
노션을 주로 쓰는 분들은 가계부 통계도 노션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데이터베이스를 시각적인 표로 만들어주는 기능도 업데이트 되었고. 하지만 나는 소비하고 나서 폰으로 바로 지출을 입력하지 않으면 자꾸 밀려서 앱을 따로 쓰고 있다. 가계부 앱은 5-6개 써봤는데 아직 완전히 만족스러운 건 찾지 못했다. 그래도 추천해보자면 혼자 쓴다면 비주얼가계부, 함께 쓴다면 부부가계부 앱을 추천한다.
4) 일기
네이버나 구글블로그에 쓰고 있다. 원래는 업노트에 썼는데 업노트 동기화 중 한 번 꼬인 적이 있어서 그 후로는 대형 포털 블로그에 비공개로 쓴다. 엄청난 보안이 필요한 정보가 아니어서 포털 블로그에 써도 괜찮고 그보다는 안전하게 오래 유지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패드 굿노트로 일기를 쓴 적이 있는데 결국 저장용량이 다 차면 백업해야 하고 클라우드 올려야 하고 하기 때문에 서버관리 용량관리 신경쓸 일 없는 포털 블로그가 편해서 쓰고 있다.
5) 그 외
특정 이유가 있는 위의 앱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업노트에 기록하고 있다. 업노트 스페이스를 아카이빙용, 작업용, 업무용으로 구분해서 쓰고 있는데 모바일에서도 빠르고 만족스럽다.
만약 그럼에도 이 모든 기능을 더더욱 최소화 하고 싶다면 노션과 컬러노트 메모앱을 추천한다. 노션은 좀 무겁고 모바일에서 불편할 뿐이지 웬만한 기능이 다 가능해서 특정앱에서 지원하는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컬러노트 메모앱은 노란색 포스트잇같은 느낌인데 두 번 터치로 바로 입력 가능해서 모바일에서 제한적인 노션 보완용으로 좋다. 퀵메모는 컬러노트로 하고 노션에 한 번에 정리하면 두가지 앱으로 모두 가능할 듯 하다.
마인드셋
나는 뭐든지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집착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기록들을 강제로 이동시킬 일들이 생기면서 그동안 쌓아둔 걸 정리하고 다시 보는데 내가 너무 많은 걸 쥐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에는 기록하는 순간 필요하지만 굳이 보관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도 있다. 스케줄이나 트래커같은 것들이 그렇다. 지나간 것들은 때론 지우고 비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야 정말 남겨야 하는 가치있는 기록들이 한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는 것과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 중 택해야 한다면 모든 걸 기록하겠지만 말이다. 기록을 오랜 습관으로 가져오면 배우는 것이 있는데 사람의 기억이란 정말 형체가 없고 약한 것이어서 조금만 지나도 휘발되어 버리고 가물가물해진다. 여러 도구들이 나와서 기록을 도와주고 있으니 앞으로도 꾸준히 흔적을 남기되 보내줄 건 보내주는 걸로!